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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권자들은 4년마다 11월 첫번째 월요일 다음의 화요일에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지 않고 대신 선거인을 선출하기 위한 투표에 참여한다. 이는 미국 헌법 2조 1항이 각 주의 상하원 의석수의 합과 같은 수의 선거인을 선출하는 권한을 주 의회에 부여하는 간접선출 방식 때문이다. 대통령을 포함한 연방 선출직에 관한 한 각 주는 피선거인의 자격요건 및 투표용지 선정 등 제반 권한을 행사한다.

각 주는 수정헌법 12조에 의거, 대통령 선거인단의 선거인 선출 방식을 결정하는 권한도 갖고 있다. 이와 더불어 주에 따라 각 정당도 선거인 후보를 지명하는 방식을 달리한다. 따라서 2000년 대선에서 보여주었듯 미국의 대통령 선출 과정은 유권자가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비교해 지나치게 복잡한 감이 있다.

이에 더해 각 정당의 대통령 후보 지명 절차도 간단치 않다. 1901년 플로리다주를 시작으로 보급된 예비선거(pri-mary)는 전당대회에서 정당 후보 지명권을 행사하는 대의원을 선출하는데 정당 지도부 또는 당원만 참여하는 폐쇄된 선거(caucus)와 달리 일반 유권자의 참여가 가능하다. 게다가 예비선거 절차는 그 방식이나 개최 시기가 주마다, 정당마다 또는 대선마다 달라지곤 한다.

심지어 일부 주의 정당은 예비선거 결과를 여론의 지표 정도로 간주하는데 그칠 뿐 대의원 선출과 연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2004년 대선에서는 예비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의원이 전체의 70%에 달했으니 실로 정당 대통령 후보 지명 과정의 투명성과 민주성은 상당히 증대했다.

흥미로운 점은 예비선거의 중요성이 커지자 많은 주들이 대선이 있는 해 초두에 예비선거를 유치하려고 경합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1988년부터 많은 예비선거가 전진 배치되면서 자리잡은 이른바 '광란의 3월(March Mad-ness)'이 급기야 올 대선에는 한 달 앞당겨져 2월5일 24개 주가 동시에 예비선거를 치르는 '슈퍼 화요일'이 펼쳐진다. 예비선거에서 살아남은 후보들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전국적 지명도를 누리게 된다.

무엇보다 선두주자들은 2004년 대선부터 공적 자금지원 대신 사적 기부금에 의존하며 11월까지 선거 유세를 전개하고 있다. 이는 정당 지명 대통령 후보자들이 공적 규제를 받지 않음을 의미하므로 선거 절차의 투명성이 과연 증대되었는지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불러일으킨다. 결국 전진 배치된 예비선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여론조사 결과나 선거자금 모금액에서 뒤처지는 다크호스 후보들이다. 나아가 이러한 전진 배치는 예비선거 초반부에 대다수 후보자들이 기권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예비선거 과정을 거치며 부각될 가능성 있는 후보들을 선택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러나 올해 미국 대선은 이전과 다른 양상도 보여준다. 공화당 부시 정권의 실정을 공박하며 정권교체를 노리는 민주당의 예비선거는 여성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흑인인 버락 오바마 후보간 접전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두 후보 모두 전형적 소수집단의 표본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성(性)이나 인종이 주요 선거 이슈라기보다 오히려 구습에 찌든 낡은 정치를 타파하라는 유권자의 변화 요구를 누가 더 잘 대변하느냐가 더 중요한 관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바야흐로 안팎에서 일어나는 변동의 물결을 헤엄쳐 건너기 위해 집단 사고 중이다.


이옥연(서울대 교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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