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 없는 붕어빵' 펀드 투자주의>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최근 '뜨고' 있는 해외 펀드들 중에 내건 간판과 실제 투자 내용에 차이가 나는 펀드들이 많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농산물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 폭등과 맞물려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원자재펀드 중 실제로 원자재 가격과 직접 연동된 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것은 절반에도 못미치고 나머지는 관련 사업을 하는 해외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사실상의 해외 주식형펀드가 차지하고 있다.
6일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현재 국내 출시된 순자산 10억원 이상의 원자재펀드는 28개로 이 중 원자재 관련 상품(파생상품)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는 11개로 40%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원자재와 연관된 사업을 하는 기업의 주식이나 관련 해외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들이다.
지난해 대규모 자금이 몰렸던 물펀드도 마찬가지다. 순자산 10억원 이상 펀드 11개 중 물 관련 사업이나 상품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는 없으며 모두가 수자원 사업과 관련된 해외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해외 주식형펀드다.
이들 펀드의 문제는 단순히 '붕어 없는 붕어빵'처럼 내건 간판과 내용물이 다르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로 인해 같은 유형의 펀드라고 해도 실제 투자대상에 따라 수익률은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일례로 농산물지수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로저스농산물지수종류형파생상품'은 최근의 농산물 가격 급등이 펀드 수익률 상승으로 직접 이어지면서 3개월 수익률이 26%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같은 농산물펀드지만 농.수.축산물 관련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도이치DWS프리미어에그리비즈니스주식'는 같은 기간 수익률이 2%에 불과하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지만 '미래에셋아시아퍼시픽천연자원주식형'은 3개월 수익률이 -0.5%를 기록하고 있으며 '우리CS글로벌천연자원주식'은 같은 기간 1%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관련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원자재 가격의 영향보다 최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글로벌 증시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원자재펀드를 비롯한 각종 섹터펀드는 관련 상품이 아니라 관련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데 사실상 해외 주식형펀드와 같다"며 "주식은 증시 움직임은 물론 해당기업의 재무상태나 경영진의 건전성, 정부정책 등 가격을 결정하는 변수들이 많아 원자재 가격과 따로 놀 수 있다"고 밝혔다.
신흥시장(이머징마켓) 펀드의 뒤를 이어 급부상하고 있는 '프런티어마켓 펀드' 중에도 유사한 사례들이 있다.
'미래에셋동유럽중동아프리카업종대표'는 중동.아프리카펀드로 분류되지만 실제로 투자 비중은 러시아 등 동유럽이 50%, 남아프리카공화국이 40%로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성장의 핵인 산유국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JPM중동&아프리카주식' 역시 남아프리카공화국(46%), 터키 (13%), 이스라엘(11%) 등이 주요 투자대상이다.
프런티어마켓 국가들은 풍부한 지하자원과 젊고 풍부한 노동력을 갖추고 있어 잠재 성장력이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금융시장이 아직 성장 초기여서 마땅한 투자 수단을 찾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운용 자산 중 극히 일부만을 해당 지역 주식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유동성이 뒷받침되는 인근 지역에 투자한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펀드 전문가들은 설령 '붕어빵' 펀드가 아니더라도 해외 펀드에 투자할 때는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투자하는지' 운용사들이 내건 간판 뒤에 숨은 상품구조를 면밀히 따져본 뒤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비근한 예로 중국펀드의 경우 제도상의 제약으로 중국 본토 증시에 대한 투자가 어려워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 주식인 'H주'에 투자하기 때문에 사실상 홍콩펀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수익률을 점검할 때도 상하이A, B지수가 아니라 이와 종종 반대로 움직이는 홍콩 H지수를 살펴봐야 한다.
지난해 해외 펀드 열풍을 주도한 미래에셋인사이트펀드는 주식 외에 채권, 리츠 등 투자 대상이나 지역 제약을 두지 않고 투자하는 새로운 개념의 멀티에셋펀드를 표방하고 출범했지만, 최근 운용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홍콩) 투자 비중이 40%에 이르고, 러시아와 브라질까지 포함한 브릭스(BRICs) 국가 투자 비중이 70%를 웃돌아 기존 중국펀드나 브릭스펀드와 차별성을 찾기 힘들다는 눈총을 사고 있다.
연합뉴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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