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오바마 연승행진' 차단..경선 계속 참여
내달 22일 펜실베이니아 코커스 최대 고비
(오스틴<美텍사스>.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김병수 특파원 = 민주당은 결국 끝을 보지 못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설 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4일 `미니 슈퍼 화요일' 대전에서 공화당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후보로 확정한 것과 달리 민주당은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지난 달 5일 슈퍼화요일 이후 11연패의 수렁에 빠졌던 힐러리는 이날 오하이오주와 로드 아일랜드주에서 압승, 버몬트주에서 1승을 올린 데 그친 오바마의 연승행진의 기세를 꺾는 데 성공했다.
또 힐러리는 가장 대의원수가 많았던 텍사스주(193명)에서도 개표 초기 크게 뒤지다가 30% 개표를 넘기면서 극적으로 역전에 성공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힐러리는 `미니 슈퍼 화요일' 예선을 끝으로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꿈을 접게 될 지도 모른다는 벼량끝 위기에서 벗어나 화려한 부활의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를 잡았다.
반면 11연승에 고무돼 이번 `미니 슈퍼화요일'을 경선 끝내기 수순으로 만들겠다던 오바마의 도전은 실패했지만 오바마는 아직 대의원수에서 힐러리에 크게 앞서고 있어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우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후일을 기약하게 됐다.
◇힐러리, 부활의 신호인가 수명연장인가 = 힐러리는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좋은 결과를 얻었다.
힐러리는 이날 오후 11시 현재(미 동부시간 기준) 로드 아일랜드(97% 개표, 58%대 41%)와 오하이오주(53% 개표, 57%대 41%)에서 오바마를 크게 앞지르며 승리를 예고했고, 초반에 뒤지던 텍사스주에서도 50%대 49%(40%개표)로 뒤집었다.
힐러리는 버몬트주(82%개표)에서만 38%대 60%로 뒤져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로써 힐러리는 지난 달 5일 슈퍼화요일 이후 거침없이 내달리던 오바마의 연승행진을 `12연승'에서 막았다.
이번 경선에서 패배할 경우 자진해서 사퇴하거나 당내에서 엄청난 사퇴 압력을 받아 대권의 꿈을 접게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었던 힐러리로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승리가 아닐 수 없다.
배수진 전략이 유권자들의 `숨은 표'를 움직인 것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오하이오주 여론조사의 경우 힐러리와 오바마가 오차범위내에서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개표 결과 힐러리가 크게 앞섰다. 지난 1월 8일 첫 프라이머리가 치러졌던 뉴햄프셔주의 대역전극을 연상케했다.
힐러리는 이번 경선에서 패배할 경우 경선을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고 경선에 임했다.
힐러리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힐러리가 최대 격전지인 텍사스주와 오하이오주 두 곳에서 크게 이기지 못하면 더이상 경선에 참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힐러리가 경제적 어려움이 큰 오하이오주에선 경제문제와 의료보험 문제를 적극 제기하고 안보문제에 관심이 높은 텍사스주에선 국가안보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 `준비된 대통령' 이미지를 강조하며 유권자를 파고든 것도 주효했다.
하지만 힐러리로선 벼랑끝 위기에서 벗어났을 뿐 승기를 잡은 것은 아니다.
힐러리는 아직 확보 대의원수에서 오바마에게 상당수 뒤지고 있다. 더욱이 애초 힐러리를 지지했던 슈퍼대의원들도 한두 명씩 오바마 지지로 등을 돌리고 있다. 이번 경선 결과로 슈퍼대의원들의 이같은 행태는 수그러들 것으로 기대하지만 젊은 오바마의 기세는 여전히 거세다.
특히 향후 예선에서 최대 격전지가 될 내달 22일 펜실베이니아는 코커스로 대의원을 선출한다. 지금까지 오바마는 코커스에서 유달리 강세를 보였다.
힐러리의 이번 승리가 부활의 신호탄이 될 지, 단순한 정치적 수명연장인지 현재로선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바마, 숨고르기인가 몰락의 징후인가 = 오바마로선 다소 당황스런 결과에 직면했다.
11연승을 내리 달려온 오바마는 이번 경선에서 승부를 마무리짓고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처럼 본선 대비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었다.
이런 전략하에서 오바마 진영은 힐러리측에 `미니 슈퍼 화요일'이 끝나면 경선에서 사퇴할 것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해왔다.
대통령 후보 확정이 늦어질 경우 당의 분열을 심화시켜 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당내 일각의 목소리도 오바마에겐 적잖은 지원군이 돼줬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오바마는 오하이오주에서 큰 격차로 힐러리에게 뒤진 것은 물론 텍사스주 개표에서도 한번 역전 당한 뒤 다시 뒤집지를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오바마가 모멘텀을 잃은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거침없는 11연승 뒤에 온 패배여서 오바마 진영의 실망 또한 큰 듯하다.
무엇보다 최근의 악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오바마가 표를 얻기 위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한 반대입장을 과장했다는 의혹과 부패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일리노이주 부동산 개발업자 안토인 레즈코와 오바마의 관련 의혹 등이 오바마에겐 적잖은 타격이 됐다는 것.
오바마에 대한 흑인들의 몰표행렬이 백인 유권자 표심이 힐러리에게 쏠리게 하고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경계심을 불러왔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텍사스주의 경우 히스패닉 유권자가 흑인보다 압도적으로 많고, 오하이오주의 경우 노조세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오바마의 패배는 숨고르기 일뿐이라고 주장도 있다.
또 오바마는 대의원 확보수에서 힐러리를 크게 앞서고 있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그러나 지난 2월 5일 슈퍼화요일 이후 오바마는 힐러리 지지기반인 여성표와 백인 남성표, 60세 이상 노인표를 상당 정도 잠식한 것으로 조사돼온 상황에서 예상밖의 패배를 맞이했다는 점에서 위기의 징후라는 진단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CNN 출구조사 결과 텍사스주의 경우 히스패닉 유권자는 힐러리에게, 흑인 유권자는 오바마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 인종대결 양상을 보였다.
또 텍사스주와 오하이오주 두 곳 모두에선 17~29세 젊은 유권자는 오바마를, 60세 이상 노인층은 힐러리에게 더 많은 표를 줘 `세대차(age gap)'를 드러냈다.
◇펜실베이니아 코커스와 슈퍼 대의원이 승부 가른다 = 민주당은 관심을 모았던 미니 슈퍼 화요일에서도 대통령 후보를 결정짓지 못함에 따라 앞으로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남은 경선의 대의원수는 611명.
민주당은 오는 8일 와이오밍주(대의원수 18명)에 이어 11일 미시시피주(40명), 내달 22일 펜실베이니아주(188명), 5월 6일 노스 캐롤라이나주(134명), 인디애나주(84명) 등에서 경선을 치르게 된다.
따라서 모두 188명의 대의원을 선출하는 내달 22일 펜실베이니아주 코커스가 대세를 결정하는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의 경우 득표비율에 따라 대의원수를 배분하기 때문에 접전을 벌이는 상황이 계속될 경우 어느 누구도 경선을 통해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 필요한 2천25명의 대의원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로 인해 슈퍼 대의원들의 표심이 더욱 주목을 받게 됐다.
이 뿐만아니라 중앙당의 제재로 대의원에게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은 플로리다주 등 일부 주에 대한 경선 재실시 문제도 대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bingsoo@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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