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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뜬다고 다 돈 되나?



[머니투데이 황숙혜 기자][[머니위크 커버스토리]뜨는 펀드 돈 되는 펀드]

# 중국인이 씻기 시작했다고? 13억 인구가 씻으면 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건 명약관화지. 물펀드가 괜히 뜨는 게 아니었군.

# 석유가 고갈되면 다시 석탄의 시대가 올 거라고? 자고로 성장하는 곳에 수익이 있는 법인데 지구촌에서 아직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마지막 땅 아프리카의 시대가 오겠군.

패션 산업만큼이나 급속한 변화와 끊임 없는 유행을 창출하는 시장이 있다. 다름아닌 펀드다. 형형색색의 옷을 입힌 펀드는 다른 어떤 패션 아이템보다 현란하다. 투자자의 성향에 맞게 선택해야 하는 것이 펀드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시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일종의 기호품으로 자리잡는 듯한 인상을 준다.

중국펀드의 인기가 꺾이자 중동·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하는 프런티어펀드가 투자자들을 현혹한다. 앞서 친디아와 브릭스, 원자재, 기후변화, 리츠까지 트렌드를 만들었던 펀드는 열 손가락으로 다 세기 힘들 정도다.

한 때 열풍을 일으켰던 물펀드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처럼 인기가 시들해진 상품은 유행이 지난 대중가요처럼 구석자리로 밀려나고 새로운 상품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의 중앙을 차지한다.

혼란스러운 것은 투자자다. 부지불식간에 '유행'에 휘둘리는 것도 투자자다. 트렌드를 따라잡으려다 보면 중장기적인 재무계획은 뒷전이다.

투자자는 착각한다. 특정 지역이나 섹터에 투자하는 펀드가 봇물을 이루고 신문 경제지면에 관련 상품을 소개하는 기사가 쏟아지면 '지금은 여기에 투자해야 할 때인가봐'하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과연 그럴까. 자산운용사가 만들어내는 '유행'에는 수익을 만들어 낼 기회와 고객의 자산을 늘려주고 싶은 진심어린 소망도 함께 담겨 있는 것일까.

'천만에!'라고 업계 소식통은 일갈한다. 순진한 생각은 그만 접으라는 충고와 이제 그만 정신 차리라는 꾸짖음의 의미가 전해온다.

◆ 펀드 유행 왜 만들어지나

왜 비슷한 시기에 특정 지역이나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이 붐을 이루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시들해지는 현상이 되풀이될까. 서로 경쟁 관계인 운용사들이 특정 지역이나 자산에 대한 투자 가치에 동시에 눈을 뜨기라도 하는 것일까.

소위 '붕어빵 펀드'가 만들어지는 배경에 대해 한 펀드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운용사는 항상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부담을 갖고 있으며 이 때문에 장단기 수익 전망보다 시중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상품을 개발하는 데 급급하다"고 전했다.

최상길 제로인 상무는 "특정 지역이나 자산의 수익 가능성을 언급한 리서치 자료가 나오면 관련 상품이 집중적으로 나오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펀드의 역사가 오랜 해외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마케팅 측면의 전략도 트렌드를 형성하는 데 일조한다는 지적이다. 가령 대형 자산운용사가 특정 상품을 개발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면 이 때 비슷한 상품을 출시해 마케팅 비용을 아끼면서 판매 실적을 올리려는 계산이라는 것. 말하자면 '묻어 가려는' 속내도 깔려 있다는 얘기다.

◆ 영업직원 눈도 가리는 판매 지상주의

유행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상품 개발의 출발이 고객의 자산관리보다 상업적인 목적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상품 기획자가 무엇보다 고민해야 할 부분은 수익률이어야 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투자 실적보다 중요한 것이 판매 실적이라는 것.

다만 상품 출시 직후 3개월 동안의 수익률에는 신경을 곤두세운다고 업계 한 관계자는 말했다.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면 통상 3개월 가량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치는데 이 기간동안 수익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자금 유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장기적인 상품 수익률이 상품 기획자나 펀드매니저의 업무평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는 얘기일까. 한 소식통은 "자산운용 업계의 자리이동이 얼마나 빈번한가를 눈여겨 보라"는 말로 시장의 현실을 전했다.

판매 실적을 우선시하는 관행은 개발 단계에서 최종 판매 현장까지 이어진다. 펀드 가입을 권하기 위해 투자자에게 제시하는 홍보물에는 충분한 정보가 담겨있지 않을 뿐 아니라 리스크 요인이나 상품의 단점에 대해 언급하는 데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특히 리스크 요인의 경우 영업 직원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최상길 상무는 "영업 창구의 직원이 상품의 리스크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리적인 여건으로 인해 상품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뿐 아니라 상품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판매하도록 하기 위해 단점을 적절하게 가린다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의 PB는 "펀드 시장에 특정 상품의 트렌드가 생겨나는 것은 신상품이나 평범하지 않은 상품을 좋아하는 투자자들의 성향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또 "각 은행이나 지점에 따라 중점적으로 판매할 상품을 정하고 이들을 더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것이 관행"이라며 "고객의 투자 성향이나 포트폴리오 구성은 뒷전으로 밀리기 마련"이라고 털어놨다.

◆ '눈 감고 투자' 이제 그만

운용사가 들려주는 말만 듣고 보여주는 것만 보고 투자하는 것으로는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특히 기대 수익률을 낮춰야 하는 최근의 자산 시장 분위기라면 투자자들의 주의가 절실하다.

최상길 상무는 "펀드의 본질을 간과해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며 "적어도 투자 자산의 유동성과 펀더멘털을 충분히 점검한 후 자신의 포트폴리오 계획에 따라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 초기 단계인 국내 자산운용 시장이 성숙하려면 시장감시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투자자에 대한 정보 고지의 의무를 강화하는 한편 상품의 실제 투자 방향 및 리스크 요인이 홍보 내용과 차이가 있다면 이를 시정하도록 하는 감시 기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똑똑한 투자자돼야
소문따라 줄 서다 '빛 좋은 펀드' 될라
가상운용으로 수익성 확인뒤 이름표 달아

머니 투데이  황숙혜기자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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