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色다른 내가 필요해! |
| 올 봄 "원색 패션" 이 뜬다. 시크한 블랙. 글레이는 '굿바이' 강력한 색으로 女心유혹 |
바야흐로 올봄 패션시장에 컬러 전쟁이 벌어졌다. 물감에서 막 짜낸 듯 생생하게 살아 있는 원색의 물결이 런웨이를 온통 물들였다. 블루, 레드, 옐로, 그린, 핑크…. 지난 겨울 ‘지적이고 세련되며 매니시(manish)하면서도 시크(chic)한’ 등의 수식어를 붙여가며 찬양해마지않던 블랙과 그레이 색상은 그 왕좌를 내줘야 할 때가 왔다. 아직 봄은 채 다가오지도 않았지만, 블랙과 그레이는 벌써 ‘과거의 그들’이 돼 퇴색하고 빛바래 보이는 요즘이다. 갈대와 같은 여심(女心)이라는데, 석 달도 가지 못 하는 컬러 유행 경향은 그에 못지않은 듯하다.
컬러는 그해 유행 패션을 대비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포인트다. 유행 색상 경향을 잘 파악한 뒤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색을 선택하기만 하면 패션리더가 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그래서 지난 가을과 겨울 내내 많은 디자이너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올봄의 ‘잇 컬러(It Color)’를 찾고자 동분서주해야 했다. 그 결과, 정열적인 장미색을 닮은 빨간색, 갖가지 봄꽃 색상을 입힌 샛분홍과 진홍색, 풀빛의 녹색, 푸른 하늘을 담은 파란색, 따뜻한 햇살을 연상케 하는 노란색 등 강렬하고도 생생한 원색이 올봄 유행 코드로 자리잡았다.
지난달 말께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08 봄.여름 패션쇼에서 세계적인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는 보라색과 청록색, 노란색 등 원색의 의상을 대거 선보였다. 그는 특히 다양한 원색을 보색과 매치하거나 꽃이나 기하학 무늬 등을 차용하고 실크 소재를 사용하는 등 색상을 더욱 선명하게 강조했다. 그의 마지막 패션쇼이기도 했던 그날 쇼는 무지갯빛 같은 올봄 유행 색상을 알려주고 막을 내렸다.
버버리 프로섬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의 서정적인 분위기에서 확 탈피해서 강하고 섹시한 느낌의 옷을 선보였다. 이는 버버리 프로섬의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의식적으로 마구 사용한 원색 덕분이었다. 특히 파란색이나 핫핑크 색상의 트렌치코트는 화제를 불러모았다.
고상하고 세련된 스포츠 정신에서 영감을 얻은 라코스테의 2008 S/S 컬렉션 또한 선명한 컬러감이 돋보였다. 강한 레드 색상의 도트가 프린트된 하얀 반바지는 발랄한 느낌이다. 선명한 옐로, 오렌지, 퍼플 색상의 스포티한 원피스는 활동적인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 원피스 색상과 같은 헤어밴드, 슈즈, 레그웨어를 매치하여 통일성 있는 강한 색감이다.
디젤의 올봄.여름 뉴욕 컬렉션의 주된 컬러는 화이트였지만 화이트와 매치되는 원색 컬러도 눈에 띄었다. 화이트의 셔츠, 벨트, 모자, 슈즈와 매치한 레몬 컬러의 슬림한 팬츠가 봄의 상큼함을 전달했다. 단색의 블루색상을 이용한 올인원 스타일의 비치웨어도 주목을 받았다. 비치웨어의 상의는 조각을 내어 기하학적 무늬를 보여주었고, 골반과 발목 윗 부분에 주름을 넣어 활동적이고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했다.
항상 블랙&화이트 룩을 고수하던 질 샌더도 네온 오렌지와 핫 핑크 컬러를 반복 사용했으며, 랑방의 알버 엘바즈도 코발트 색과 노란색, 오렌지색을 반복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올봄 원색의 유행을 예고했다.
겐조 또한 장엄함이 살아 숨쉬는 자연을 대담한 원색 컬러의 대비로 표현했다. 레드, 옐로, 오렌지, 그린과 같은 강렬하고 변화무쌍한 색상을 화이트, 블랙 등의 색상과 함께 사용해 꽃무늬의 환타지 세계를 자랑했다. 레드 컬러의 스커트는 풍성한 주름과 어우러져 볼륨감과 함께 강하고 원색적인 느낌을 표현했다. 상의의 깃털 장식은 스커트의 레드 컬러와 대비되는 블랙을 사용해 원색 대비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마르니도 자주, 오렌지, 브라운, 청록 색상 등의 조합으로 생동감을 줬다. 또한 편안하게 떨어지는 실루엣을 활용한 원피스는 단색의 레드, 그린, 블루 컬러를 사용하여 깔끔함과 동시에 과감한 느낌을 표현했다.
이 외에도 디스퀘어드2의 남성 컬렉션은 그린, 레드, 옐로와 같은 원색의 컬러를 사용해 남성다운 활기참과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했으며, 여성 컬렉션의 경우 진한 노란색상의 원피스나 주름진 진분홍 색상의 원피스가 로맨틱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을 한껏 살렸다는 평이다.
콤 데 가르송의 레이 가와쿠보도 그만의 구조적이고 아방가르드한 패션을 선명하고 생기있는 원색 컬러와 프린트들로 밝고 경쾌하게 풀어냈다. 자유로운 실험정신이 돋보인 이번 컬렉션에서는 퍼플, 오렌지, 핑크, 옐로와 같은 화려한 캔디컬러가 넘쳐났다. 주름잡힌 오렌지, 핑크 컬러의 미니스커트는 발랄하고 약동적인 느낌을 주며 퍼플, 네이비 색상의 상의와 매치해 보색 대비를 살렸다.
세련미를 위해 원색의 반복 사용을 제한하거나, 너무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재만큼은 실크나 에나멜 소재를 피하던 과거의 ‘소심한’ 디자인은 간 데 없이 사라졌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더 튀고 더 강렬해 보이기 위한 무한 경쟁에 나선 듯하다. 반짝이는 에나멜 소재나 어디서나 눈에 띄는 실크 소재에 원색을 입혀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패션 소품도 마찬가지다. 마크 제이콥스가 이끄는 루이비통은 지난 가을 분홍색과 빨간색, 초록색과 파란색을 이용한 화려한 백이나 노란색과 주홍색, 하늘색 등을 반복 사용한 백 등을 선보여 눈길을 끈 바 있다. 의상도 주황색과 보라색, 노란색과 빨간색 등 총 천연색이 대부분이었다. MCM도 올봄 시즌 에나멜 소재의 강렬한 원색을 입힌 에나멜 백을 만들어내 여행의 자유로움과 활기참 등을 실현했다. 샤넬의 칼 라거펠트도 2008 S/S 쇼에서 빨간 바탕에 하얀 도트 무늬가 들어간 하이힐을, 알렉산더 맥퀸도 빨간 나비가 무더기로 앉은 빨강 모자를 선보여 올봄 총천연색의 유행이 시작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김이지 기자(eji@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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